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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 이식 후 271일 투석 없이 생활…사람 신장으로 이어진 첫 전환 사례

읽는 시간 약 8분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는 말기 신장질환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가교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미국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271일 동안 투석 없이 생활한 뒤, 이후 사람 신장을 다시 이식받아 안정적으로 회복한 사례를 보고했습니다.

특히 돼지 신장 이식에서 사람 신장 이식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왜 돼지 신장 이식이 연구되고 있을까

신장 이식 분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증 장기의 부족입니다.

말기 신장질환 환자는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장기간 투석을 받거나 기증자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적합한 사람 신장을 제때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진은 부족한 기증 장기를 보완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번 사례 역시 사람 신장을 구하기까지의 긴 대기 기간을 버틸 수 있도록 돼지 신장을 중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환자는 어떤 상태였나

사례의 주인공은 66세 팀 앤드루스 씨입니다.

그는 말기 신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사망 기증자의 신장을 받기까지 긴 대기 기간이 예상됐습니다.

적합한 생체 기증자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사람 신장을 기다리는 동안 신장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 이식을 시행했습니다.

그냥 돼지 신장을 그대로 이식한 것은 아니다

사람 몸은 다른 종의 장기를 강하게 이물질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돼지 신장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돼지 신장에는 여러 유전자 편집이 적용됐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의 면역계가 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 주요 당사슬 이종항원을 제거했고,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했습니다.

여기에 사람 유전자 7개를 삽입하는 유전자 편집도 실시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사람 몸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과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식 직후 돼지 신장은 정상적으로 작동

돼지 신장은 이식 직후부터 기능을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은 이후 신장 기능뿐 아니라 면역 거부반응, 항체 변화, 돼지에서 유래할 수 있는 미생물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했습니다.

이식 14일째에는 T세포가 관여하는 거부반응이 나타났지만 치료를 통해 해소됐습니다.

그 결과 환자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뒤 271일 동안 투석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투석에 의존하지 않고 약 9개월 동안 신장 기능을 유지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결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271일 뒤 돼지 신장이 기능을 잃은 이유

그렇다고 돼지 신장이 끝까지 안정적으로 기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식 후 약 6개월이 지나면서 환자에게 세균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감염 치료 과정에서 연구진은 면역억제 치료를 줄여야 했고, 이후 돼지 신장에서 미세혈관 염증이 발생했습니다.

이 염증은 결국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진행했고 돼지 신장 기능이 상실됐습니다.

결국 연구진은 이식된 돼지 신장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돼지 신장을 제거한 뒤 사람 신장 이식 성공

이번 사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돼지 신장을 제거한 지 82일 뒤 환자는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사람 신장을 이식받았습니다.

새로 이식한 사람 신장은 이식 직후부터 정상적으로 기능했습니다.

이후 231일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면역계가 사람 신장을 공격할 위험을 높이는 ‘감작’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왜 ‘감작’ 여부가 중요할까

이종이식에서 중요한 우려 중 하나는 돼지 장기에 대한 면역반응이 이후 사람 장기 이식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우리 몸은 외부 장기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런 면역 기억이 강해지면 나중에 사람 신장을 이식할 때 거부반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사람 신장 이식 후 231일간 추적한 결과 그런 감작의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즉 적어도 이번 환자에서는 돼지 신장 이식을 먼저 받았다는 사실이 이후 사람 신장 이식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이 주목하는 ‘가교 치료’란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교 치료’입니다.

쉽게 말하면 최종적인 사람 신장 이식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중간 치료입니다.

현재 돼지 신장을 사람 신장을 완전히 대신하는 영구적인 장기로 보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수개월 이상 투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면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도 이번 사례를 통해 돼지 신장이 사람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신장 기능을 유지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고 돼지 신장이 곧바로 일반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과가 의미 있다고 해서 돼지 신장 이식이 곧 일반적인 치료법이 된다고 보는 것은 이릅니다.

연구진도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첫째, 돼지 신장이 사람 몸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돼지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전파될 위험도 계속 살펴봐야 합니다.

셋째, 장기간 면역억제 치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넷째, 돼지 신장에 대한 면역반응이 이후 사람 신장 이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더 많은 환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가 보여준 가장 큰 의미

이번 사례의 의미는 단순히 ‘돼지 신장이 271일 기능했다’는 숫자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돼지 신장으로 일정 기간 신장 기능을 유지한 뒤 최종적으로 사람 신장 이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이종이식을 최종 치료가 아니라 ‘대기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중간 단계 치료’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신장 기증자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가교 치료가 현실화된다면,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간 투석을 피하면서 사람 신장을 기다릴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말기 신장질환 환자가 271일 동안 투석 없이 생활한 뒤 사람 신장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환자는 돼지 신장 이식 후 한동안 안정적인 신장 기능을 유지했지만, 이후 감염과 면역억제 치료 조정 과정에서 미세혈관 손상이 발생하면서 이식 신장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후 사람 신장을 이식받았고 231일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감작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이 사람 신장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투석을 줄여주는 ‘가교 치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 생존성, 감염 위험, 면역반응, 미세혈관 손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임상 검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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